민사소송, 집행 법률칼럼

[해운대 변호사] 조정과 괘씸죄

해운대 변호사 2018. 7. 8. 16:17

 

조정과 괘씸죄

 

민사소송을 진행하다가 판사가 조정으로 사건을 종결하려는 의향을 보이면 변호사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민을 해야 한다. 즉 판사를 설득할 것인가, 의뢰인을 설득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판사를 설득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초기 변호사 시절에 필자는 좀 완고한 태도를 가졌었다. 변호사는 의뢰인을 대변하여 판사를 설득하는 사람이지 판사의 입장을 대변하여 의뢰인을 설득하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왜냐하면 수임료를 의뢰인이 지불하였지 판사가 지불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래에는 이런 입장이 다소 변하였다. 분쟁이 발생한 경우 그 해결은 반드시 금전적 보상으로만 만족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분쟁이 발생하면 감정적 문제까지 겹쳐 정신적 고통이 수반되는데 조정은 화해라는 과정을 통하여 비록 금전적으로 다소 양보하더라도 시간적 비용이나 정신적 감정낭비를 줄이면서 당사자간의 원만한 관계회복을 꾀할 기반을 만드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의뢰인을 설득하는 문제에서 의뢰인은 여러 가지 태도를 보인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금액에 합의를 볼 것인가 인데 승소가능성 여부, 일부승소라면 어느 정도 승소할 것인지 여부, 이행가능성 여부, 상대방의 입장, 합의가 결렬될 경우 소요될 시간과 비용 그리고 집행가능성, 당사자간의 감정 처리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의뢰인과 판사의 조정안을 받을 것인지를 놓고 얘기하다 보면 의뢰인 중에는 판사가 괘씸죄를 적용할까봐 두려워서 받겠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면 필자는 웃으면서 괘씸죄가 있다고 얘기한다.

 

사실 우리 나라 형법전을 눈을 씻고 찾아봐도 괘씸죄라는 죄목은 없다. 외국에는 구성요건이 정확하게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몰라도 법정모욕죄라는 것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고, 또 우리 나라에서도 과거에 국가원수모독죄라는 죄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일은 있다. 그러나 법원모욕죄나 괘씸죄는 없었다.

 

민사소송은 변론주의에 따라 요건사실의 주장과 입증책임에 따라 승부가 나고 판사는 심판의 입장에 그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지만 실제 재판을 하다보면 이것이 애매한 경우가 많고 판사의 재량의 여지는 상당히 넓으므로 판사가 괘씸죄를 적용하기로 마음먹고 판결문을 써버리면, 당사자의 입장에서 이를 시정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괘씸죄는 명확히 밝히고 적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괘씸죄는 그 본성이 우월한 자가 약자에게 들이대는 죄목이다. 소송을 수행하는 당사장의 입장에서 법원은 심판이기도 하지만 갑의 입장에 선다. 칼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분쟁을 여러 번 처리해 본 필자의 입장에서 때로는 괘씸죄를 적용하는 것이 수긍이 가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수긍이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화가 나는 경우도 있다. 법원이 괘씸죄를 적용하는 것이 용인될 것인지 여부는 법원이 당해 사건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도덕적 권위를 갖추었을 때이다. 당사자의 주장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판단 속에 없고 감정에 치우쳐 판단하였다고 느껴지면 당사자들이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갑을관계를 대등한 관계로 바로 잡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제도를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갑은 본성상 우월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을에 대해 괘씸죄를 적용할려고 마음먹으면 을은 당할 수 밖에 없다. 사회전체의 仁義가 바로 서야 하는 이유이다.

 

법률사무소 해운대

변호사 김 준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