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법률칼럼

아파트 부녀회와 관련한 법적 문제 -- ③ 법 기술적 문제로서 단체로서의 아파트 부녀회

해운대 변호사 2022. 5. 24. 20:31

아파트 부녀회와 관련한 법적 문제

법 기술적 문제로서 단체로서의 아파트 부녀회

 

아파트 부녀회는 여러 사람으로 구성된 단체이다. 어느 개인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단체로서의 독자성을 가진다. 그런데 아파트 부녀회는 법률에 의해 성립한 단체가 아니고 자생적으로 생겨난 단체이다. 법률에 의해 성립한 단체는 우리나라, 일본, 독일, 프랑스 등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법인(法人)이라고 해서 민법, 상법 기타 특별법에 의해 성립하고 조직과 자산에 대해 국가가 관리하는 등기라는 공시방법을 통해 보호를 한다. 그러나 아파트 부녀회는 법률에 의해 성립된 단체가 아니라 사회의 실제 필요에 의해 자생적으로 성립된 단체이기 때문에 이러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

 

단체로서의 아파트 부녀회는 단체이기 때문에 어느 개인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구성원 개인의 의사와 별도로 단체 자체의 의사를 내부적으로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대외적으로 다른 주체와 어떻게 의사를 주고받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서는 단체 구성원들 내부의 계약에 의해 결정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단체 구성원들 내부의 계약은 정관이라고 하기도 하고 규약이라고 하기도 하고 회칙이라고 하기도 하고 그 명칭은 정하기 나름이지만 통상적으로 대립하는 주체들 사이에서 체결되는 계약과는 다른 좀 특별한 의미의 계약이다.

 

단체 내부의 의사를 결정하는 방법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은 찬성하는 구성원의 수나 비율을 많도록 정하고, 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은 찬성하는 구성원의 수나 비율을 좀 줄이는 방식으로 정하게 될 것이나 어떤 경우에도 재적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 이하로 단체의 의사결정방법을 정하는 것은 헌법 제49조에서 국회의 의사결정방법을 정한 헌법정신에 비추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러한 단체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해 그 기준을 정해 단체의 대표자나 대표집단에 위임하여 단체나 대표집단이 단체의 의사를 정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단체가 외부의 주체와 의사를 주고받는 방법에 대해 법 전통은 대표자(代表者)를 통해 하도록 하고 있다. 대표자란 단체의 의사를 대신 표시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대표자를 통하지 않고 단체의 구성원 전원이 외부와 의사를 주고받는 것은 개인의 연합이지 단체라고 할 수 없다. 민법은 이러한 개인의 연합을 조합이라는 형태의 계약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표자는 물론 단체 구성원 내부의 계약에서 위임된 범위 내에서 외부의 주체와 의사를 주고 받아야 한다. 대표자가 그 위임된 범위를 넘어서서 대표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설명이 복잡해서 생략하기로 한다.

 

아파트 부녀회는 단체이기 때문에 이러한 단체의 의사결정방법과 표시방법을 정한 단체적 계약이 있어야 하고, 대표자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단체로서의 실질을 인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이다. 단체이기 때문에 대표자가 변경되어도 단체로서의 독자성과 영속성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법인인 경우에는 단체의 실질을 국가가 심사하여 등기라는 공시방법을 갖추어 보호하고 있지만, 아파트 부녀회와 같이 자생적으로 생겨난 법인 아닌 단체는 단체의 실질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대한 공식적인 심사와 공시방법이 없고 세무행정이나 등기, 공탁과 관련하여 부분적으로만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아파트 부녀회가 대외적으로 거래의 주체로 나서고자 할 때 문제가 많이 생긴다.

 

가장 현실적 문제는 아파트 부녀회가 취득한 재산을 대표자 개인이 아닌 아파트 부녀회 자신의 이름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은행에 예금계좌를 설정할 때 문제된다. 대표자가 변경되어도 아파트 부녀회의 재산으로서 독자성과 영속성이 유지될 수 있으려면 대표자 개인이 아닌 아파트 부녀회의 이름으로 예금계좌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법은 이러한 방법에 대한 배려가 불충분한 것 같다. 입주자대표회의의 경우에는 세무서에서 고유번호증을 부여받으면 은행에서 입주자대표회의 이름으로 예금계좌를 설정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파트 부녀회의 경우에도 고유번호증을 부여받아 예금계좌를 설정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세무행정적인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2006. 12. 21. 선고 200652723 판결)은 아파트 부녀회가 수익금을 부녀회장 개인의 계좌로 입금하여 관리하고 있어서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부녀회가 아닌 부녀회장 개인을 상대로 그 반환청구를 구한 사안에서 아파트 부녀회의 단체의 실질을 심사하여 그 단체성이 인정된 경우 부녀회장 개인이 아니라 아파트 부녀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그 반환을 인정한 제2심 판결을 파기하여 다시 재판하라고 제2심으로 환송하였다.

 

이 판결은 법 논리적으로는 맞는 판결이지만 이렇게 되면 아파트 부녀회가 부녀회장 개인의 계좌로 수익금을 관리하는 경우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규약상 반환을 구할 수 있어도 소송상 반환을 구할 방법이 없어진다. 지나치게 법 기술적인 판결이고 사회의 실제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판결로 평가된다.

 

아파트 부녀회와 같이 사회의 실제 필요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겨난 단체에 대해 국가가 그것도 세무행정적인 필요에 의한 서류심사만으로 발급해주는 고유번호증이라는 서류로 단체의 실질을 인정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고 충분하지도 않다. 지나치게 관()주도적인 것으로 민간의 수요에 부응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비법률전문가인 은행에서 단체의 실질을 일일이 심사하도록 하는 것도 은행에 큰 위험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은 법률전문가인 공증인이 이를 심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공증제도가 사회의 실제 필요에 의해 경험적으로 축적된 제도인데 반해 현행 공증인법은 공증사항과 요건을 법정화해 놓아서 사회의 실제 필요에 부응하지 못한다. 공증인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법률사무소 해운대

변호사 김 준 기